금남호남정맥 중 제일 높고 깊은 산인
운장산 복두봉 계곡과 구봉산 계곡에서 흘러온 맑은 물이 합수되는 곳에
무거마을은 소담스럽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수되는 두물머리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두 개천이 합수되는 아름다운 솔정지에서 무거마을 산책을 시작합니다.

옛 어르신들은 마을 하천을 따라 물이 흐르면 마을의 운기도 함께 나간다하여
그것을 막기 위해 인공숲을 조성했는데 이를 풍수지리학상 수구맥이 또는 비보숲이라고 합니다.
솔정지는 무거마을의 비보숲인 것이지요.
안타까운 것은 일제강점기때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죄다 베어지고,
현재는 느티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소나무의 명맥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마을숲 복원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중이라는데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로 인해 사라진 것이 과연 나무뿐인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솔정지에서 마을쪽으로 가는 길 옆에 작은 연못이 하나 있어 잠시 발길을 멈췄습니다.
연못의 용도가 무엇인지 마을 어르신에게 물었더니,
오래전 소득의 일환으로 주민들이 개구리 양식을 했는데
생각만큼 소득이 많지 않아 오랫동안 방치했더니 수초 가득한 연못으로 변했다고 얘기해줍니다.
지금은 생태계를 관찰하기 좋은 자연 학습장으로 활용된다고 하며
인간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연못의 연꽃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마을에 들어서자 오래된 담장에는
예사롭지 않은 솜씨의 벽화가 이곳저곳에 그려져 있습니다.
무주에 있는 푸른꿈고등학교 학생들이 농촌봉사활동 중에 3년간 작업하였고
아이들 그림을 그려달라는 마을 어르신의 요청때문이었는지 벽화에는 유난히 아이들이 많습니다.
작업당시에는 아이들이 귀했지만 지금은 산골마을 답지 않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일곱이나 된다며 어르신들의 자랑이 대단합니다.

투박하고 소박한 정겨운 모습들이 가득한 골목에는
산업화의 물결로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와 고령화로 인한 외로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름 모를 풀꽃이 수줍게 피어있고 마을 곳곳에 영근 과일들이 익어가며
주인없는 집을 지키는 넝굴이 외롭습니다.

무거마을에 작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귀촌귀농의 열풍을 반영하듯 곳곳에 신축 가옥들이 생겨나고
최근 산림청의 산촌생태마을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아토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휴양지, 홍삼의 고장답게 홍삼가공공장,
산촌생태마을 체험을 위한 마을공동사업장이 마련되어 손님맞을 준비를 착실히 진행중입니다.

진안고원 깊은 산골에 위치한 무거마을을 산책하면서
개발 열풍으로 잃어버린 우리의 소중한 유산인 자연과 공동체의 원형을 접할 수 있었으며,
이곳이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오래된 미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거마을은 50여명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지만 작지 않은 산촌생태마을입니다.

※ 무거마을을 산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 약1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