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은 진안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해발 1,126m,
마이산의 암 수 두 봉우리의 높이가 700m가 채 안되니
운장산이 거진 두배 쯤 높은 셈입니다.

운장산을 말하려면 조선조 성리학자였던 송익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자가 운장(雲長)인데다, 그의 호는 구봉(龜峰)입니다.
서얼로 벼슬을 오르지는 못했지만 정철의 절친으로,
서인세력의 막후실력자로 지략가로 많은 사화에 개입하였습니다.
그 또한 동인의 표적이 되어 도피와 유배를 면치 못하다,
유배 중 일어난 임진왜란을 피해 운장산에 숨어들었다는데
조선조 대문장가의 운신이 그닥 아름다워보이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의 이름은 남았습니다.
송익필의 은거 이후 천황산은 구봉산이 되고 운장산은 雲藏익에서 雲長이 되었답니다.
이른바 ‘정여립의 난’이라는 기축옥사로
호남의 인재들이 대거 죽임을 당하는데 주역을 담당했던 송익필이
호남의 지붕에 이름을 새기고 호남인에 의해 미화되고 있음은 아이러니하지만
구름을 감춘 산이건, 구름을 길게 드리운 산이건, 멋진 이름이긴합니다.

갈거마을을 지나 휴양림의 진입로인 관리사무소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를 따라
갈거계곡의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갈거계곡의 길이는 총 7km라니 계곡의 물도 그만큼을 내달렸을 것입니다.
때로는 거침없이 쏟아져 내리기도하고
때로는 춤을 추듯 바위 틈새를 타고 돌며 부드럽게 흐르다가
깊은 웅덩이를 만들며 잔잔하게 일렁이기도 하는
산의 골을 타고 흐르는 물일뿐인데 어찌 이리도 좋은지요
산책로를 따라 바라보는 계곡은 그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탄성을 자아냅니다.

맑은 물은 계곡의 백미입니다.
물가에 심어진 나뭇가지가 출렁일 때
물위로 어른거리는 반영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원시림을 방불하는 이끼 낀 나무들 사이로 계곡의 물소리가 청아한데
지척에서 인기척에 놀란 청솔모가 후드득 풀섶으로 내달립니다.

징검다리로 계곡을 가로지으며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거북등을 맞대어 놓은 평평하듯 너른 바위가 보입니다.
면적만 700평이라는 거대한 마당바위입니다.

사진은 구봉교에서 내려다 본 마당바위입니다.

바위 위로 드문드문 패인 자욱이 공룡의 발자국이라는 말도 있지만
정확한 건 아니랍니다.
마을마다 급조된 스토리텔링 때문에 유언비어만 난무합니다.
공룡의 발자욱을 빌어오지 않아도 의미있고 멋진 바위임에 틀림없습니다.

마당바위를 끝으로 산책로는 끝입니다.
조성된 길만 2km라는데 가볍게 트레킹하기에 적당한 거리인 듯 합니다.

※ 소요시간 : 관리사무소에서 마당바위까지 1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