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완공된 용담댐은 전체 수몰면적이 950만평으로
국내에서는 다섯 번째로 규모가 큰 댐입니다.
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 일대와 충남 서천 등에 생활용수를 공급합니다.


당연히 물이 삼킨 마을도 많습니다.
1개 읍, 5개 면, 68개 마을이 수몰되었답니다.
주민 2864가구, 1만2000여명은 고향을 떠나야했습니다.

물에 집을 묻고 돌아섰을 이들의 심경을 다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국가의 시책에 따라 조상대대로 일구어 온 삶의 터전을 잃고
선대부터의 태가 묻힌 고향산천을 수장해야만 했던 수몰민들의
무기력한 상실감을 그저 짐작할 뿐입니다.

챙기지 못한 손때 묻은 물건들
낡아진 신발과 무너진 돌담
마을을 휘감아 돌던 실개천

들꽃이 지천에 깔렸던 고향엔
수초가 자라 물고기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김택천 시인의 ‘수몰민’ 중에서>

사진 오른쪽은 개관을 앞두고 리모델링 공사가 막바지인 ‘용담호 사진문화관’입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철수(60)씨가
댐공사 착수 전인 1995년부터 2001년 준공 때까지,
7년여 동안 마을 곳곳을 누비며 촬영했던 사진 2만 4천여 장과,
수몰현장에서 수집한 생활용품 2천500여점이 이곳에서 전시될 예정입니다.

멀리 댐의 수문이 보이는 이 곳은 환경조각공원입니다.
원래 ‘환경조각(Environmental Sculpture)’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의 거리, 광장 또는 공원 등에 설치되는 조각을 지칭합니다.

근래 들어 공공미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그 정의도 확장되었습니다.
작품이 놓여지는 공간만이 아닌
그 주변의 환경까지도 작품의 배경으로 수용되어집니다.
대지미술까지 그 영역에 포함되어질 만큼 큰 개념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용담호의 환경조각은 이웅휘작가 한 사람에게 기댄 측면이 커보입니다.
당연하게 작품의 다양성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개념보다는 동화가 먼저 읽히는 친근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입니다.

이웅휘 작가의 작품을 근처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개인 작업공간이자 카페로 한동안 열었으나 경영난을 이기지못하고 그만 문을 닫았나봅니다.

작품들만 주인없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버려지는 식기들이 작품의 주재료입니다.
여기에 온갖 식물들을 담았습니다.
변기도 작품으로 재탄생됩니다.
무뚝뚝하게 싸움부터 거는 마르셀 뒤샹보다,
얼마나 성의있고 친절한 ‘샘 Fontaine’ 인지요.

망향탑과 나란히 서있는 전망대입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용담호는 큰 바다같습니다.

용담댐은 코스를 정해놓고 그 순서를 따라 찾아가지 않아도 좋은 곳입니다.
차를 타고 호수주변을 따라 달리다 아무곳이든 내키는대로 기웃거리면 됩니다.
아직 카페나 식당이 기승을 부리지 않아 호수가 되고 산이 되는 신록의 절경이
거추장스럽지 않게 그대로 전해질것입니다.

고원인데다 일교차가 커서 이른아침이면 호수주변이 온통 물안개에 휩싸인답니다.
거대한 수묵화를 방불할 운치있는 풍광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

호수 주변을 어우르는 습지가 더할나위없이 아름답습니다.
습지 사이로 부드럽게 휘어져 흐르는 물길 한켠으론 어김없이
작은 마을들이 옹기종기 엉켜있습니다.

용담댐은
너무 편안해서 나른해보이는 물길 위의 마을과
역사와 추억을 함께 물에 묻은 물길 속 마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아름답지만 잔인한 호수였습니다.

※ 자동차로 호수주변을 드라이브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 약 2시간